산업혁명이 남긴 흔적 그리고 깨달음
레이 앤더슨은 전통적인 카펫 타일 제조업체 Interface, Inc. 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초기 Interface는 석유 기반 원자재, 화석 연료 그리고 선형(take‑make‑waste) 산업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이는 막대한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낳았다.
그러던 중 1994년 앤더슨은 한 고객의 질문 - 회사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 를 계기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질문은 그에게 'business as usual'이 얼마나 지구에 해를 끼치는지 그리고 기업도 그 해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했다.
이 충격은 단순한 자기 성찰을 넘어, Interface의 경영 철학과 전략 전면 재설계로 이어졌다. 앤더슨은 '세상 전체 산업계가 따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의 모델을 먼저 보여주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 비전이 바로 '지속가능성의 봉우리(Mount Sustainability)'라 부르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 여정의 핵심은 7개의 실천 분야 즉 7 Fronts였다. 단순한 선언이 아닌, 제품 설계·제조·에너지·운송·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바꾸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앤더슨은 이 7 Fronts를 통해 Interface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없는(zero negative impact)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 했다
다음 장에서는 그 7 Fronts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것이 봉우리를 오르는 여정으로 비유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7 Fronts - 지속가능성의 7단계: 무엇을 바꾸었나
레이 앤더슨이 정리한 7 Fronts는 다음과 같다. 각 항목은 기업 활동의 전 영역을 아우르며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과제들이다.
| Front 번호 | 항목명 (지속가능성 영역) 핵심 과제 및 목표 |
| 1. 폐기물 제거 (Eliminate Waste) | 모든 형태의 낭비 제거: 제조공정, 원자재 사용, 포장, 폐기, 불량, 자원의 낭비 등을 줄이거나 없애기. |
| 2. 유해 배출 제거 (Benign Emissions) | 제품, 설비, 차량 등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과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거나 안전한 대체물로 전환. |
| 3.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Renewable Energy) | 공장과 운영 시설에 100% 재생에너지 도입.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의존 탈피. |
| 4. 순환 시스템 구축 (Close the Loop / Closing the Loop) | 제품과 자원의 순환 설계: 폐제품을 회수·재활용하거나 바이오 기반 자원을 사용해, 자원 사용을 선형이 아니라 순환형으로 전환. |
| 5. 자원 효율적 운송 및 물류 (Efficient / Resource‑efficient Transportation) | 제품과 사람의 이동, 물류 체계를 효율화해 운송으로 인한 낭비와 탄소 배출 최소화. |
| 6. 이해관계자 인식 제고 (Sensitizing Stakeholders) | 직원, 공급자, 고객, 투자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 철학을 공유하고 문화와 행동 변화를 유도. |
| 7. 상업 모델 재설계 (Redesign Commerce) |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서 순환경제, 서비스 중심, 재사용 또는 회수 중심 모델 등으로 혁신. |
이 7 Fronts는 단순 친환경 활동 목록이 아니다.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도전이며 기업의 존재 의미, 비즈니스의 정의, 조직 운영 방식 그리고 시장 접근 방식까지 바꾸는 복합적 변화다.
앤더슨은 이를 봉우리 등반에 비유했다. 단 한 번의 시도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실천과 점진적 전환 그리고 조직 전체의 합의와 참여를 필요로 하는 장기 여정이었다.
실제 변화: Interface의 Mission Zero 여정과 성과
앤더슨의 비전은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Interface는 실제로 이 7 Fronts에 기반한 전략과 혁신을 실행했고 놀라운 성과를 냈다.
⊙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매립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1996년 이래로 제조 폐기물의 매립 비율이 크게 낮아졌고 재활용 원자재 또는 바이오 기반 원자재 사용 비율이 높아졌다.
⊙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했다. 일부 공장은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었으며 글로벌 생산공장 단위에서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줄었다.
⊙ 제품과 자원의 순환 체계를 도입했다. 예컨대 폐 카펫 타일을 회수해 원사나 기반재를 재활용하고 이를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순환 설계를 실행했다.
⊙ 운송과 물류, 공급망 관리 방식도 재설계했다. 제품 배송과 직원 출퇴근에 관한 탄소 배출을 상쇄하거나 줄이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 내부 직원, 공급업체,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지속가능성의 주체로 끌어들였다. 공급업체 미팅을 열었고, 직원들이 폐기물 절감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보너스로 연결하는 내부 참여 프로그램(예: QUEST)을 운영했다.
⊙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설계했다. 단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제품 회수와 재활용, 재사용 중심의 순환경제(commerce) 모델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비용 절감, 효율 개선, 브랜드 가치 제고, 시장 차별화, 직원 몰입, 미래 리스크 회피 등의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졌다. 앤더슨은 '환경과 경제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증명했다.
그 결과 Interface는 산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의 상징이 되었고, 많은 기업과 조직에게 영감을 주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왜 봉우리인가: 지속가능성은 산이다
앤더슨이 'Mount Sustainability'는 수사적인 장치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가 단번에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복합성: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친환경 활동 하나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원, 에너지, 폐기물, 제품 설계, 공급망, 운송, 조직 문화, 비즈니스 모델 등 조직의 거의 모든 요소를 바꿔야 한다. 이는 마치 가파르고 복잡한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려운 도전이다.
■ 장기성: 목표(예: 2020년까지 환경에 부정적 영향 제로)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여정이다. 변화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 참여: 단일 CEO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직원, 공급자, 고객, 투자자 그리고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동의가 필요하다. 마치 산을 오르기 위해 팀 전체가 함께 올라야 하듯.
■ 리스크 & 혁신: 기존 산업 방식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저항과 불확실성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린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은 단순 과제가 아니라 조직이 판을 다시 짜는 근본적 전환이며 그 과정은 마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여정과 같다. 앤더슨이 말한 봉우리는 단순한 정상(정답)이 아니라 함께 오르기로 결심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목표였다.
현대 경영과 ESG 시대: 봉우리 7단계가 남긴 과제
오늘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경영, 순환경제, 탄소중립,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은 많은 기업이 외치는 화두다. 하지만 선언이나 로고, 보고서, 마케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점에서 레이 앤더슨과 Interface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더욱 크다.
첫째,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부수적 활동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중심 전략이 될 수 있다. 환경 보호, 자원 절약, 탄소 감축은 비용이 아니라 장기 경쟁력이고, 브랜드 차별화이고, 미래 리스크 관리다. Interface가 보여준 것처럼, 지속가능한 경영은 기업을 더 강하고 회복력 있는 존재로 만든다.
둘째, 조직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제품 설계, 제조, 공급망, 에너지, 물류, 비즈니스 모델, 조직 문화, 내부 보상 체계 등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단편적인 친환경 정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셋째,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동의가 핵심이다. 직원, 공급업체, 고객, 투자자 등 모든 관계자들이 지속가능성의 주체로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봉우리를 올라가는 팀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넷째, 리더십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레이 앤더슨처럼, 시대적 소명을 느끼고 결단을 내린 리더가 조직을 이끌지 않는다면, 봉우리 등반은 시작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작되면, 그 파장은 산업 전체와 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은 유행이 아니라 수십 년 후 세대를 위한 선택이다. 지구의 생태계, 사회 구조, 자원, 인간 삶의 조건을 고려할 때, 봉우리 오르기는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책임이다.
한계와 도전: 봉우리 등반이 쉬운 길은 아니다
물론 앤더슨의 7 Fronts 모델과 Interface의 성공이 모든 조직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도전과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기존 산업 구조와 기술 의존성. 화석연료, 석유 기반 원자재, 선형 산업 체계에 깊이 의존한 기업에게는 '폐기물 제거 + 재생에너지 + 순환 설계'는 기술적·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둘째, 초기 투자와 비용. 재설계, 설비 전환, 공급망 변화, 연구 개발, 직원 교육 등에 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 압박이 심한 기업일수록 부담이 크다.
셋째, 이해관계자의 저항과 문화적 관성. 기존의 방식에 익숙한 직원, 공급자, 고객 그리고 투자자들 중에는 변화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운영 변화가 아니라 생각과 가치 그리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넷째, 측정과 검증의 어려움. 환경 영향을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고, 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그 효과를 정량화하고 추적하기 어렵다. 또한,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지속 가능성을 위한 판단이라 기업 내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기 쉽다.
마지막으로, 시장과 제도적 지원의 한계. 지속가능한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를 얻지 못하거나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봉우리 등반은 단독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우리를 오르려는 시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단순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산업 자체를 바꾸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봉우리를 향한 등반은 오늘도 유효하다
레이 앤더슨의 지속가능성의 봉우리 7단계 즉 7 Fronts 모델은 1990년대 후반 한 기업의 결단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그리고 더욱 절실한 경영 철학이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비즈니스, 조직, 산업 그리고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이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부수적인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이유, 비즈니스의 정의, 시장에서의 경쟁력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이 되었다. 봉우리 등반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많은 기업과 조직이 그 길에 동참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을 운영 중이거나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면 레이 앤더슨의 7 Fronts는 설계하고 걸어야 할 현실적인 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와 미래 세대, 인류 전체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의 봉우리는 멀지만 그 꼭대기에 오를 가치가 있다.
%20.jpg)
0 댓글